2020. 9. 2. 00:33ㆍ글/밀리
* 烏零
* 誰ソ彼ノ淵・廻
밀리언 라이브 첫 2차창작입니다. TC03 쿠루리우타 드라마 CD 속편 망상. 그로요소 있음.
「아카네 님, 식사 시간입니다」
저택을 섬기는 메이드 키타자와 시호가 방에 들어온다. 안에 있는 것은 노노하라 아카네.
「……」
아카네는 답이 없다. 공허한 눈으로 창문 밖을 바라보고 있다.
시호는 그런 아카네에게 다가가, 아무말도 하지 않고 뺨을 친다. 아카네는 공허한 채로 움직이지 않는다.
「아카네 님」
한 번 더 뺨을 친다. 그럼에도 아카네는 실이 끊긴 인형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한숨을 쉬며 시호는 아카네를 무리하게 일으킨다.
「……이제, 그만해」
떠는 목소리로, 아카네가 말한다.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아카네 님이 따르시지 않으시면 제가 야단맞습니다. 자, 와 주세요」
이끌리듯이 방을 나간다. 긴 복도를 걸으면서, 아카네는 울먹이며 말한다.
「차라리 죽여줘…… 더 이상, 먹고 싶지 않아……」
「당신도, 이오리 씨처럼 되고 싶으신 건가요?」
아카네의 머릿속에 광경이 되살아난다. 살아있는 채로 해체된 이 저택의 딸이었던 여자아이가.
「역할을 연기해 주세요. 그러면, 죽지는 않으니까요.」
시호가 거대한 문을 연다. 몇 명이어도 식탁을 둘러앉을 수 있는 거대한 테이블. 그 반대편에 여성이 한 명 앉아있다.
「자, 식사 시간이랍니다. 아카네. 오늘 요리는 무엇이니?」
이 저택의 주인인, 니카이도 치즈루다. 광기에 찬 미소를 띠우며, 시호가 요리를 가지고 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다.
아카네도 의자에 앉아 요리를 기다린다. 이윽고 시호가 아카네와 치즈루의 앞에 접시를 놓는다.
「오늘은 비프스튜구나. ……응, 맛있단다」
치즈루는 만족하듯이 요리를 먹는다. 반대로 아카네의 손은 움직이지 않는다.
「아카네? 빨리 먹지 않으면 식어버린단다?」
그럼에도 아카네의 손은 움직이지 않는다. 시호가 그런 아카네의 뺨을 친다. 아카네는 단념하고 스튜를 먹는다.
…이 스튜를 맛있다고 생각하는 자신을 원망하면서.
「시호 씨는 도망치려고 생각한 적 없어?」
저택에서 지내고 얼마나 지났을까. 문득 그런 말을 하였다. 아카네의 방을 청소하던 시호는 손을 멈추지 않고 대답한다.
「있습니다. 몇 번이나」
시호는 저택의 메이드로서, 이 섬 여기저기를 돌아다닐 수 있다. 그리고 섬에 표착한 사람이나 시체를 「본토에서 온 식재료」로서 저택에 가지고 오는 것이다.
그 시호라면, 저택의 반대편에 있는 취락에서 배나 무언가를 발견해 탈출할 수 없을까, 라고 생각했었다.
「취락에 다가가려고 하면, 어째선지 치즈루 님께 발각되어 버립니다」
청소를 끝내 아카네를 향한다.
「그러니 아카네 님께서도, 도망치실 생각은 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역할을 연기하는 한, 여기서 살아갈 수 있으니까요」
한 마디를 고하고 방에서 나간다. 아카네는 혼자 남은 방에서 눈물을 흘렸다.
아카네는 시호가 말한 대로 딸로서의 역할을 연기하기로 했다. 필요 이상의 행동은 하지 않고, 살아 있는 사람이나 치즈루와도 적당한 거리를 취하고, 이 저택에서 일어나는 일에서 눈을 돌리고, 나온 요리를 먹는다. 그저 그걸 반복했다.
한 번, 치즈루가 없었으면 하고 생각해 한밤중에 나이프를 몰래 숨기고 치즈루의 침실에 들어간 적이 있다. 그러나 문을 열자 그곳에는 치즈루가 서 있었고 「무슨 일이니?」하며 미소를 띠우고 있어서, 깊이 잠든 틈을 타 습격하는 것은 무리라는 걸 깨달았다.
어느 날, 복도에서 시체를 옮기는 시호 씨와 스치듯 지나갔다. 지금부터 해체를 행하는 것 같다. 옮기고 있는 시체의 주머니에서 뭔가가 떨어졌다. 시호는 깨닫지 못한 채, 안으로 들어갔다.
아카네는 떨어진 그것을 주웠다. 어떤 약병 같았다. 라벨을 봐도 내용은 모른다. 그러나 어떤 문자가 눈에 띄었다.
「독약……?」
어째서 이런 걸 가지고 있던 건진 모른다. 그러나 아카네는 한 가지의 가능성을 생각했다.
――――시호 씨는 아마도, 도와주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 내가 할 수 밖에……
일단 시간을 두고 조리실에 들어간다. 그곳에는 담기를 끝낸 요리가 있다. 이 저택에서 치즈루의 접시는 정해져있다. 치즈루의 접시를 찾아, 그곳에……
「아카네 님, 뭐하고 계셨던 건가요」
뒤에 시호가 있다. 독약을 등 뒤에 숨기고, 변명거리를 생각한다.
「오, 오늘 요리는 뭘까 해서……」
「쓸데없는 짓은 하지 말아주세요. 당신도 죽고 싶으신 건가요? 빨리 돌아가 주세요」
아카네는 출구까지 밀어지고 조리실의 문은 닫혔다. 그 직전에, 접시에 담겨있던 햄버그 소스 색이 약간 변한 것을 확인했다.
「남은 건…… 실제로 어떻게 될까」
아카네는 식탁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그 날 저녁 식사, 평소와 같이 테이블에 앉은 치즈루와 아카네. 치즈루는 평소와 같이 요염한 미소를 띠고 있다.
영원하게 느껴지는 대기 시간, 얼굴에 드러나지 않게 아카네는 필사적으로 평정한 체한다.
두 사람 사이에서 대화는 없다. 그 고요함이 심리적 압박처럼 밀려들어, 이 섬에 왔을 때 찔린 상흔이 지끈지끈 아프기 시작했다.
「요리를 가지고 왔습니다」
그런 가운데, 시호가 요리를 가지고 와 접시를 배치한다. 독을 넣은 접시는 제대로 치즈루 앞에 놓여졌다.
「고마워, 시호. 자, 먹자꾸나?」
요리를 먹기 시작하는 치즈루. 아카네도 마찬가지로 햄버그를 잘라 입에 옮긴다.
「최근 겨우 솔직해 졌구나, 아카네. 좋은 일이야」
「……」
이 뒤의 일을 생각하면, 무척은 아니지만 식사가 넘어가지 않는다. 그러나 수상하지 않도록 조금이라도 햄버그를 작게 잘라 입 안에 넣는다.
그리고 그 때가 왔다. 나이프를 떨구고, 치즈루가 괴로워한다.
「윽, 뭣……커헉」
의자에 앉아 있지도 못하고 바닥에 쓰러지는 치즈루. 아카네는 반사적으로 치즈루에게 뛰어갔다. 치즈루는 뛰어온 아카네에게 손을 뻗고,
「아아…… 거기에 있었구나……」
뺨을 상냥하게 어루만진다. 그 눈에는, 빛이 깃들어 눈물을 흘리고 있다.
「계속……계속 찾고 있었어……내 귀여운……사랑스러운 아이……」
말을 끝내기 전에, 시호가 치즈루의 목에 나이프를 찔렀다. 몇 번이나, 몇 번이나, 죽여 온 사람의 원한을 풀듯이.
「시호 씨! 이제 그만해!」
아카네는 시호를 껴안아 손을 잡았다. 시호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손에서 나이프가 떨어졌다.
「……이걸로, 끝났어……」
「……」
시호는 답이 없다. 남겨진 것은, 피바다에 가라앉은 고깃덩어리와, 해방된 두 사람 뿐이었다.
시호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아카네와 시호는 둘이서 서로 껴안아, 밤새도록 울었다.
날이 밝아 시호와 아카네는 걷기 시작했다. 목적지는 저택 반대편에 있는 취락이다. 숲 속을 걷는 두 사람의 발걸음은 해방되었을 텐데 어딘가 무겁게 느껴진다.
도착한 취락은 사람이 살아 있다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멀리서는 눈치 채지 못했지만, 집을 구성하고 있는 목재는 썩어, 집으로서의 형태를 가지고 있는 것은 없다. 아카네와 시호는 해안으로 발을 옮겼다.
「……있습니다」
시호가 가리킨다. 그 끝에 있던 것은, 나무로 만든 작은 배. 노는 없지만, 주변에 있는 목재로 적당히 쓰면 어떻게든 되겠지. 배를 확인하자 기적적으로 구멍 같은 건 나있지 않다. 시험 삼아 바다에 띄워 봐도, 침수는 없었다. 아카네는 바로 배에 올라탔다.
「시호 씨! 이걸로 섬에서 나갈 수 있어! ……시호 씨?」
시호는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결심한 듯이, 말했다.
「저는…… 섬에서 나갈 수 없습니다. 저는, 많은 사람을 죽였으니까」
「그런…! 그건, 그 사람이 강제로 시킨 거니까!」
「그래도, 제가 살기 위해 사람을 죽인 것은 사실이니까요」
시호가 아카네가 탄 배를 민다. 배는 기세 좋게 그대로 바다로 나아간다.
「시호 씨!」
「부디…… 저나, 여기서 죽은 친구 분의 몫까지 살아주세요. 아카네 씨」
「시호 씨ーー!」
있을 수 없는 속도로 작은 배는 바다로 나아갔다. 시호의, 섬의 모습이, 점점 작아진다. 이윽고 아카네는 넓은 바다에 혼자 남겨져 버렸다.
……그러고 보니, 바다에 나가고 난 이후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았다. 미리 쌓아둔 목재로 배를 저으려 할 때, 찔린 상흔이 갑자기 아프기 시작했다. 엄청 아파, 배 위에서 몸을 웅크린다. 상처가 벌어진 건가, 피가 배어 나왔다.
――혼자서 살아남아서, 도망친 벌인 걸까.
통증은 점점 심해진다. 그대로, 아카네는 의식을 잃었다.
눈을 뜨니, 어느 병원의 방에 있었다.
아무래도 바다에서 표류중인 것을 지나가던 어선이 구해주었다고 하여, 배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 아카네를 보고 병원으로 데려다 주었다고 한다. 의식을 되찾은 아카네에게 경찰이 사정을 물으러 왔다.
아카네는 섬에서 일어난 일을 대강 이야기 했다. ……사람의 고기를 먹게 한 것 이외에는.
그러자 경찰은 아카네가 행방불명이 된 후를 이야기 해 주었다.
우선, 아카네가 탔던 배는 해난 사고를 당해, 배에 탔던 사람 중에서 살아남은 것은 아카네 밖에 발견하지 못했다는 점.
그 사고부터 1개월이 흘렀다는 점.
그리고……지금까지 발견한 사체는 전부, 몸의 일부가 결손 되었거나, 부자연스럽게 뼈 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
아카네는 그 이야기에, 등골이 얼었다.
――어쩌면, 얼마간 내가 먹었던 고기는, 리츠코 선생님이나 카오리 선생님, 엘레나 뿐만이 아니라……
「의식을 되찾고 얼마 안 지났는데 미안하다. 네가 말한 시호와 치즈루라는 여성에 대해서는 조사해 두지. 부모님께는 연락 해 둘 테니까」
경찰은 방을 나갔다. 병원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본다.
「……나는……」
그대로, 눈꺼풀을 감아, 잠에 들었다.
눈을 뜨자, 어두운 숲 속. 자신의 몸을 보자 섬에 헤맸을 때의 교복을 입고 있다.
――구해진 건, 꿈이었던 거야……?
숲 속에 울리는 비명 소리, 아마도 카오리 선생님이겠지. 주변을 둘러보자, 주저앉아 울고 있는 엘레나가 있다.
「엘레나! 빨리 도망치자!」
엘레나의 손을 잡는다. 그러나 엘레나는 움직이지 않는다.
「빨리! 죽는다고!」
「죽, 어……?」
돌아보는 엘레나. 그 얼굴을 피로 얼룩져있고, 오른쪽 눈은 없으며, 뺨에서는 뼈가 보였다.
「힉……」
「나를 죽인 건, 아카네 아니야?」
천천히 일어나, 아카네에게 다가가는 엘레나. 눈치 채지 못했었지만, 배에는 구멍이 뻥 뚫려 있었다.
「내 고기, 맛있었어?」
「그만해……」
「나를 버리고, 혼자 도망쳤지」
「죄송해요……죄송해요……」
「나는, 이제 여기서 나갈 수 없어」
귀를 막고 그 자리에서 웅크리는 아카네. 그러나 그 손은 뒤에서 온 누군가에게 잡혀, 강제적으로 서게 된다.
「아카네 님, 식사 시간입니다」
「그렇단다. 빨리 자리에 앉으렴」
눈을 뜨자, 그곳에는 몇 번이나 앉은 식탁, 눈앞에 있는 것은 치즈루와 시호, 그리고 시호가 아카네에게 요리를――
「욱……!」
접시에 올라가 있는 것은, 엘레나의 목, 엘레나와 눈이 맞았다.
「왜 그러니? 평소처럼 먹으렴」
「아카네 님, 식어버립니다」
「자」
「자」
아카네는 무의식중에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향해 달렸다. 그러나 문은 열리지 않는다.
「어째서……왜! 내보내줘!」
몇 번이나 문을 두드리지만, 반응은 없다. 뒤에서 치즈루가 한숨을 쉰다.
「시호? 저건 이젠 못 쓰겠네」
「네」
나이프를 가지고 다가오는 시호, 아카네의 배에, 나이프가 찔려져――
「――윽!」
악몽에 눌려, 벌떡 일어난다. 병원 침대 위인 건 틀림없어. 시계는 12시를 가리키고 있다. 마침 점심시간인 것 같다.
「괜찮으세요 아카네 씨? 가위에 눌리신 것 같은데……」
「죄송해요. 괜찮습니다……」
요리를 가져와 준 간호사가 걱정해 주었지만, 허세를 부렸다. 오늘 요리는……스튜다.
괜찮아, 그 섬의 요리가 아니야. 하고 스튜를 입에 넣는다.
「!?, 윽, 웩……」
입에 넣은 것만으로도 거부반응이 일어난다. 나도 모르게 조금 토해버렸다. 스튜뿐만 인건가 생각해, 다른 요리도 입에 넣어봤지만, 무엇하나 받아들이지 못했다. ……배가, 다시 아프기 시작했다.
결국,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 식사는 끝났다. ……찔린 통증과 공복은, 가라앉지 않는다.
기분 전환을 위해 TV를 킨다. 뉴스 시간인 것 같다.
「……혼자 산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요」
「허나 살아남은 아이도 찔린 흔적 같은 게 있다고 들었다고요? 서로 죽이기라도 한 걸까요」
뉴스 내용은……우리들에 대해서였다.
아무것도 모르는 TV 사람들은, 자기들 좋을 대로 우리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식재료를 구하려 서로 죽였다.
선생이 학생을 버렸다.
식재료가 없어져, 결국 학생에게 손을……
TV를 끈다. 못 보겠다.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간다.
――――이젠, 모두는 어디에도 없어. 내가 있을 곳도――――
그대로 어떻게든 자려고 필사적으로 눈을 감았다.
다시, 어두운 숲. 눈앞에는 엘레나.
「아카네……」
손을 뻗어 쫓아오는 엘레나. 그 손을 잡으려고 손을 뻗는 아카네.
그러나 아무리 손을 뻗어도 엘레나에겐 닿지 않는다. 엘레나는 슬픈 듯이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
「아카네……와……」
거기서 눈을 떴다. 뻗은 손끝은 하얀 천장 뿐. 어두운 병실 안에서 흐르고 있던 눈물을 닦아, 어느 결의를 가슴에 품고 병실을 빠져 나간다.
다시 심해지는 배의 통증을 억누르면서 도착한 곳은, 병원 창문에서 보인 해안. 파도를 향해, 한 발자국, 또 한 발자국 걸어 나간다.
――――나 혼자, 살아 있으니까 안 되는 거야.
――――모두가, 날 기다리고 있어.
――――나도, 거기서 죽었어야 했어.
바다에 뛰어 들어, 흐름에 몸을 맡긴다. 바다에 떠오르자 신기하게도 배의 통증이 가라앉아 갔다.
엘레나가 부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 방향을 향해, 손을 뻗어――――
강렬한 복통이 덮쳐, 바다 위에서 의식을 잃었다.
파도 소리에 눈을 뜬다.
눈앞에 펼쳐진 것은, 한 번 찾아온 적 있던 모래사장. 아직 움직이지 않는 머리를 일으켜, 숲속으로 들어간다.
문득 목소리가 들려온 것 같았다. 몇 번이나 들은 목소리.
「엘레나……?」
목소리가 난 방향으로 달린다. 바다 속에 몸을 던진 그대로의 복장이라 환자복차림이지만, 그런 건 신경 쓰지 않았다. 숲속 나무로 살갗이 찢어져도, 돌을 밟아 발에서 피를 흘려도, 일심불란하게 달린다.
이윽고 도착한 곳은, 잊을 수 없는 참극이 일어난 저택.
――아카네――
목소리는 안에서 들려온다. 안으로 들어가, 소리가 나는 곳을 찾는다. 그것은 거대한 냉장고였다.
두려워하며 열어본다. 그 안에는――
「아아……계속, 여기에 있었구나. 엘레나……」
안에 있는, 목만 남은 친구를 껴안는다. 기분 탓인지 엘레나도 미소 짓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누구신가요, 어째서 여기에……아, 아카네 씨……?」
뒤돌아보자, 나이프를 들고 있는 시호가 있다. 엘레나의 목을 껴안고 있는 아카네를 보고, 놀라고 있다.
「어째서, 돌아오신 건가요……?」
「시호 씨, 부탁이 있어」
아카네는 시호의 질문을 무시하고 말했다. 그리고 품에 안고 있던 엘레나를 시호 앞에 내밀었다.
「엘레나를 요리해줘. 엘라나와……영원히, 떨어지고 싶지 않아」
「엘레나……? 그걸, 말인 가요……?」
내밀어진 그것을 보고, 시호는 코를 누르고 고개를 돌렸다. 그 반응에 아카네는 초조했지만, 엘레나를 앞에 두고 심해진 복통과 공복에 가로 막힌다.
「됐으니까……! 빨리, 부탁이야……!」
「저, 저는 이제, 사람은……!」
시호의 반론을 듣기 전에, 아카네는 남달리 빠른 속도로 시호의 손에서 나이프를 빼앗는다. 그리고 시호의 남아있던 눈에 나이프를 들이대었다.
「시호 씨…… 당신의 일은……? 메이드잖아……?」
시호는 들이대어진 나이프를 통하여 아카네의 눈을 봤다. 그건 이 저택에 잡혀있었을 때처럼 빛을 잃은 눈이 아니라, 마치 치즈루처럼 광기에 가득 차 있는 심연에 끌려들어간 듯한……
그 눈을 보고, 아카네가 좋을 대로 해서는 큰 일이 날 거라고 시호는 확신했다. 우선은 따르는 척하고, 엘레나의 머리를 아카네에게 던져 방심한 틈을 타 나이프를 빼앗아――――
그런 걸 생각했던 순간. 시호의 안대에 나이프가 꽂혔다. 안대 너머에서 피가 흐르지는 않았지만, 그 감각은 시호의 공포를 상기시키기엔 충분했다.
「왜일까. 여기에 돌아오고선, 뭐든지 알겠어」
「아, 아아……」
시호의 몸이 떨려, 남아있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온다. 시호의 머릿속에, 오래된 기억이 되살아난다.
꽂혀진 나이프를 돌려, 안대를 빼앗는다. 시호는 눈을 누르며 웅크린다.
「시호 씨, 나는 식탁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부탁해」
방을 나가는 아카네. 남겨진 시호는 공포와 떨림을 견디면서 혼자 요리를 진행했다.
「기다리셨, 습니다……」
조금 시간을 두고 요리를 가져온 시호. 공복과 격통에 시달려 책상에 엎드려 있던 아카네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요리를 본다.
「비프스튜…… 시호 씨의 비프스튜, 맛있으니까 말야……」
스푼을 쥐고 고기를 입에 옮긴다. ――――그 직전에서 손이 멈춘다.
「시호 씨, 이 요리 맛 좀 봐줄래?」
「……어……」
「시호 씨가 만들었으니까 괜찮잖아? 자, 빨리」
시호의 입에 스푼으로 얹은 요리를 가져간다. 시호는 명백하게 떨고 있다.
「그, 그만해!」
스푼을 뿌리치는 시호. 얹어져 있던 고기가 바닥에 굴러 떨어진다. 그 순간, 아카네가 시호의 목을 잡는다.
「저기, 왜 엘레나에게 심한 짓을 한 거야?」
손에는 요리를 자르기 위한 나이프.
「거짓말만 치는 혀 같은 건, 필요 없지」
「윽, 하, 뭐……를……」
나이프를 천천히 입 안에 넣는 아카네, 그제서야 시호는 모든 것을 이해했다.
「그만……해……미안,하……죄송,해……」
「이미, 늦었어」
「――――――――!!!!!」
시간을 두고 다시 가지고 온 요리, 시호는 울면서 입가를 누르고 있다.
아카네 앞에 내놓기 전에 우선 한입 먹는 시호. 안전을 확인한 후에 아카네 앞에 요리를 놓는다.
아카네는 시호가 먹은 것을 확인하고 눈앞의 비프스튜를 입안에 넣는다.
「……맛있어……」
그대로, 지금까지 아무것도 먹지 못했던 게 거짓말처럼 스튜를 먹기 시작한다. 전부 먹고서 스푼을 두고 한숨 돌렸을 무렵에 배고픔은 가라앉아 있었다. 그러나 복통이 조금 남아있다. 배를 어루만지며, 다 먹은 접시를 본다.
「알겠어. 엘레나. 그런 거였구나」
자리에서 일어나 옆에 있는 카펫의 붉게 물든 부분을 본다. 치즈루가 쓰러진 장소다. 마른 피를 문지르며, 시호를 바라본다.
「여기에는, 엘레나가 있어. 나는 여기서 엘레나와 살 거야」
배를 어루만지면서 공허한 눈을 한 아카네를 보고, 시호는 떨고 있었다.
「우선 엘레나의 몸을 준비해야겠지……그치? 시호 씨?」
울면서 고개를 젓는 시호. 그런 시호를 개의치 않고, 아카네는 시호의 머리카락을 만진다.
「……있지, 다음은, 어디가 좋아?」
거부권은 없다. 그렇게 생각한 시호의 눈에서 빛이 사라진다. 말도 할 수 없게 된 시호는 그저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정해지면, 빨리 새로운 손님을 준비해야겠지……」
아카네의 웃음소리가 저택에 울려 퍼진다. 그건 새로운 주인의 탄생을 축복하듯이, 시호의 귀에 계속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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