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3. 23. 16:59ㆍ글/밀리
* 風上
* 隣で生きようか
노노하라 아카네를 구하고 싶어
TC03 「황혼의 늪」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아카네 님, 식사 시간입니다」
방문이 두 번 두드려진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이뤄지는 하루 세번 식사 시간이다.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방을 나가 메이드인 시호 씨 뒤를 따라 식당을 향해 걷는다. 저택 복도를 지나가던 중, 매우 향기로운 냄새가 났다. 식당에 도착하면 정해진 자리에 앉는다. 몇 번이나 반복된 대로, 평소대로.
「그럼 먹을까요. 아카네?」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맞은편에 있는 치즈루 씨가 미소 짓고 있다. 가끔 일어나는 「예외」를 제외하면 식사는 언제나 치즈루 씨와 둘이서 먹는다.
「네, 잘 먹겠습니다」
손을 모으고 테이블 위를 본다.
눈앞에는 메인 디시인 비프 스튜를 시작해 호화로운 디너가 놓여있다. 스푼을 쥐어 한 입 머금는다. 중후한 맛과 온도가 혀에 퍼져, 목 안으로 천천히 넘어간다. 두 입, 세 입, 계속해서 입에 넣는다.
시호 씨는 확실히 요리를 잘한다. 처음 여기서 그녀의 요리를 먹었을 때부터 아침, 점심, 저녁, 매일 세끼 빼먹지 않고 그녀의 요리를 먹고 의심한 적도 없고, 치즈루 씨도 그녀의 요리를 매우 칭찬하고 있다.
그럼에도 내 마음이 가득 찬 적은 없었다.
어디에 있는 건지 모르는 바다 위 고도. 여기에 떠내려 온 우리들은 처음에는 손님으로 맞이해주었으나 이 섬의 비밀을 알아버려, 마지막에는 나를 제외하고 전부 죽어버렸다.
이 저택의 주인, 지금 내 맞은 편에 앉아 있는 치즈루 씨는 사람의 고기를 먹는다. 섬에 헤매 들어온 「사냥감」을 종자인 시호 씨가 잡아 조리하여 먹는다. 실제로 나는 눈앞에서 은사인 아키즈키 선생님이나 카오리 선생님의 사체, 친구인 엘레나가 죽는 것을 봤다.
그럼 유일하게 살아남은 나는 어떻냐면 치즈루 씨의 딸로서 이 저택에서 살고 있다. 도망칠 생각은 앞으로도 없으나 연금되었다고 봐도 된다. 내가 이 저택에 왔을 때 여기에는 치즈루 씨의 딸로서 이오리 라는 여자아이가 있었다. 하지만 내가 손님으로서 마지막 저녁식사를 했을 때, 식사 중에 울어 방에 돌아간 것을 마지막으로 본 적이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 아이도 치즈루 씨의 친자식이 아니었겠지. 그리고 공석이 된 딸의 자리에는 내가 앉혀졌다.
맨 처음은 정말로 지옥 같은 나날이었다. 날이면 날마다 정체를 알아버린 그것을 입 안에 억지로 넣어져 토해내, 토해서는 다시 억지로 넣는다. 식당에서도 방에서도 아기처럼 큰 소리로 울며 매일을 반복했다.
그런 인도에서 벗어난 생활에도 점점 익숙해져 버렸다. 화목이란 손톱만큼 없는 식어버린 식탁에도, 인간으로서 생물로서 공복이라는 본능에는 저항하지 못했다. 스스로 나이프와 포크를 잡아 요리를 머금어 씹어서는 먹는다. 이윽고 식당의 정적을 어지럽히는 일도 없어졌다.
나는 완전히 이상해졌다. 어느샌가 그것조차 당연한 현실인 것처럼 입혀진 롤플레잉을 연기했다. 언제나 정면에서 미소 짓는 철저한 광기가 나에게도 전염된 걸까, 이젠 눈물도 흐르지 않게 되었다.
「아카네 님, 입욕 준비가 끝났습니다」
방문이 두 번 두드려진다. 방문을 열자 그곳에는 평소대로 시호 씨가 있었다. 내 시중은 매일 시호 씨가 해 준다. 눈은 매우 차가워서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말과 함께 문을 두드리는 모습은 마치 로봇 같았다.
내가 시호 씨에게 말을 걸어도 진지하게 상대해주는 일은 거의 없었다. 다만 가끔 「살아 남고 싶다면 얌전히 있으십시오」라고 나에게 말한 적이 있었다. 처음에는 어째서 나에게 그런 말을 한 건지 몰랐으나 그 말 탓인지 내 눈에는 점점 시호 씨가 자신의 위치를 열심히 연기하고 있다고 보였다. 확증은 없지만 분명 이 사람도 나와 같이 이 섬에 헤매 들어와 메이드라는 역할이 맡겨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해도 나에게 정해진 운명은 변하지 않는다. 나는 포기해버렸다. 죽을 때까지, 언젠가 시호 씨가 나를 죽일 때까지 쭉 이 상황일거라 생각했었다. 치즈루 씨에게 반항할 용기도, 스스로 목숨을 끊을 용기도 없는 나는 천천히 흐르는 시간에 몸을 맡기려 하였다.
변화. 반복되는 숙명의 끝은 갑자기 찾아왔다. 답답한 구름이 하늘을 뒤덮어 어두운 날이었다. 매일 변할 리 없던 창문 밖 경치를 보고 있었을 때다.
「아카네 님」
방문이 두 번 두드려진다. 오늘은 평소와 달라. 저녁 식사는 아직 이른 시간일 터다.
「시호 씨?」
「이쪽으로」
「어……?」
「빨리……!」
문을 열어 보려던 찰나, 시호 씨는 당황한 내 팔을 강제로 잡았다. 시호 씨가 재촉해 끌리듯이 따라 뛰어가자 저택 뒷문에 도착했다.
평소와 다르다.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 드디어 나인가. 언젠가 올 그 날이 나에게도.
여러 생각이 들어 서두르던 발이 느려진다. 내 그런 생각은 관심 없듯이 시호 씨는 날 계속 잡아 끈다. 무언가에서 도망쳐 숨듯이 주위를 살피면서 뒤뜰을 빠져 언덕을 향했다.
맨몸인 채로 저택을 나가서 아무것도 신지 않은 발이 아프다. 어디에 데려가는 걸까, 알 리가 없는 의문이 떠오르고 사라진다.
「멈춰!」
모르는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를 들은 우리들은 멈췄다. 소리가 들린 쪽에 있는 게 무엇인지 이해하는 데는 몇 초 정도 시간이 필요했다.
몇 미터 떨어진 장소에 경찰이 여러 명. 그것도 평범한 경찰관이 아니다. 전신을 빠짐없이 덮은 파란색에 튼튼해 보이는 헬멧. 손에 들고 있는 검은 건, ……틀림없다, 권총이다. 실물을 보는 건 처음이었다.
하지만 어째서 이런 곳에,
「싫어……!」
그 순간 어깨부터 밀쳐져 강하게 엉덩방아 찧었다. 사태를 이해하지 못하자 시호 씨는 지체 없이 스커트에 숨겨두었던 나이프를 꺼내 반대손으로 나를 향했다.
무심코 스스로를 방어하려고 오른손으로 자세를 취한다, 시호 씨의 오른쪽 눈은 동요한 것처럼 보였다.
「움직이지 마!」
경찰 목소리. 긴장감이 돈다.
시호 씨에게 나이프가 겨눠지는 건 두 번째다. 그 때가 생각나 등골에 오한이 달린다. 그 때는 급소를 피해서 살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나를 살려서 돌려보내지 않기 위해 입막음할 생각이다. 저 나이프가 내려찍히면 틀림없이 내 심장을 관통하겠지.
시호 씨의 눈이 크게 떠져 숨이 거칠어진다. 내 심장 소리가 빨라지는 게 시끄러울 정도로 안다.
「시호……씨」
죽고 싶지 않아, 죽고 싶지 않다구…….
외쳐서 도움을 청하는 것도 아니고, 소리를 높여 우는 것도 아니고 나는 무심결에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곧 시호 씨가 움직였다. 부탁이 닿은 걸까, 그녀는 천천히 오른손을 내리고 펼쳐진 손바닥에서 나이프가 지면 위로 떨어졌다. 살았구나. 그걸 보자 긴장이 풀려 시야가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경찰의 큰 소리와 함께 우리들은 떼어져 각각 따로 포위되었다. 뭐라 하는 건지 머리에 들어오지 않아. 멀어지는 의식 속에서 확인된 건 내 목숨은 아직 이어져 있다는 것뿐이었다.
눈을 뜨자 나는 병실 침대 위에 있었다. 벽은 청결감이 있는 흰색으로 창문 밖에는 건축물이 펼쳐진 마을이다. 살았구나. 나는 살아서 돌아왔구나. 신원확인을 끝내 연락을 받은 가족이 바로 만나러 왔다. 이제 못 만날 줄 알았던 사람들을 보자 눈물이 넘쳐 흘러 한동안 멈추지 않았다.
그 때 일어난 수난사고가 보도되고서 반 년이 지났다고 한다. 나에겐 일 년이나 이 년 정도 느껴질 만큼 긴 시간이었다. 결국 그 후로 치즈루 씨를 본 적이 없다. 그 사람이, 그 저택이, 그 섬이 그 후로 어떻게 되었는지 나는 알 수 없었다.
이윽고 바로 고등학교 복귀가 정해졌다. 오랜만에 향한 학교에는 열 명 정도 있는 반 친구들이 따뜻하게 맞이해 주었다. 배가 침몰한 후 운 좋게 우리와는 다른 유인도에 도착하거나, 무인도에서 SOS를 계속 연발하여 살아서 일본 본토로 돌아왔다고 한다. 교실은 조금 넓은 감각이지만 반 년만의 재회에 기뻤다. 반 친구들이 주선해 가까운 시일 내에 내 환영 파티가 열려지게 되었다.
공백이었던 나날이 끝나 그때까지 같았던 매일을 되찾은 나는 엘레나나 카오리 선생님 네를 가슴에 품고 살아갈 생각이었다. 누구에게도 말 못할 그 섬에서 일어난 일을 아는 것은 나뿐이었을 터였다.
「키타자와 시호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다음주가 시작될 때, 새로 담임이 된 토요카와 선생님께서 소개한 편입생을 보고 내 등골은 얼어붙었다. 왼쪽 눈을 덮은 하얀 안대와 꿰뚫을 것 같은 눈빛인 오른쪽 눈. 변함없다. 순간 내 머릿속에 그 때의 살풍경이 되살아났다.
그녀는 나를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러긴커녕, 타인과 어울리려는 행동조차 없어 그 철 같은 모습에 새로운 친구를 환영하고 싶었던 반 친구들도 말을 걸지 못하는 것 같다.
종례가 끝나자 시호 씨는 변함없이 무표정인 채 바로 교실을 나갔다. 결국 그녀는 그 날 수업이 전부 끝날 때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어째서 그녀는 다시 내 앞에 나타난 걸까. 안 좋은 예감이 든다. 그 섬을 알고 있는 나를 다시 노리기 위해서라면? 오한에 몸이 움츠려진다.
교실을 뛰쳐나가 그녀를 쫓았다. 들어야 할 게 잔뜩 있을 터다. 교문 옆에 다른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그녀를 앞질러 눈앞에 서자 시호 씨는 멈췄다.
「뭔가요, 노노하라 씨」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오른쪽 눈이 똑바로 내 얼굴을 바라본다. 호칭도 전과 다르다. 마치 당신 같은 건 모른다, 전혀 모르는 사람이다 라고 말하듯이.
「설명해! 어째서 여기에 온 거야?」
내가 거칠게 말해도 시호 씨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내 눈을 응시한 채 대답했다.
「……당신과 같은 학교에 온 건 우연입니다. 이제 노노하라 씨에게 위험을 가할 생각도, 어울릴 생각도 없습니다. ……지금까지 죄송했습니다」
「……그, 그렇구나」
그 말이 진짜인지 확증은 없지만 오늘 그녀의 행동에는 모순되지 않았다. 일단 의심은 점점 사라져 긴장은 누그러졌다.
「그럼 먼저 가겠습니다」
「기, 기다려!」
나를 지나쳐 돌아가려는 시호 씨의 손을 잡았다.
「……뭔가요」
「앞으로 사이 좋게 지내자. ……반 친구, 잖아」
조금 어리광이며 쓸데없는 참견에 터무니없는 부탁인 건 알고 있다. 실제로 나도 시호 씨의 얼굴을 빤히 보고 있으면 그 때가 생각나 무서워진다. 그렇지만 시호 씨가 이대로 혼자 행동하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네?」
「오지랖이 넓은 건 알고 있어. 그치만, 시호 씨도, ……피해자, 지?」
그 말에 시호 씨의 표정이 조금 움직였다. 어째서 그걸, 이라고 말하려는 것 같았다.
「저에겐……, 그럴 자격 없습니다. 이젠 어떻게 해도 제가 저지른 죄는 사라지지 않으니까요. 시켜서 했다고 해도 살아남기 위해 저지른 거라 해도……이 손에 남은 감촉은 이젠 평생 사라지지 않아요」
잡혀진 오른손을 보는 시호 씨의 눈은 후회로 흔들리는 것처럼 보였다. 처음 보는 그 표정에 내 마음도 흔들린다.
그런 거, 나도 같아. 그 때 맛과 식감은 잊으려 해도 잊을 수 없다. 내가 살기 위해 죽어버린 사람이 몇 명이나 있다. 그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당신도 제가 밉겠죠. 당신의 친구나 선생님을 눈앞에서 죽인 걸 잊진 않았을 겁니다」
그날 밤 일어난 일은 지금도 선명히 기억하고 있다. 비명을, 어두운데도 선명한 붉은색을, 통증을.
「그러니까……, 그러니까 살아남은 우리들이 앞을 보고 향해야, 죽은 모두의 몫까지 살아가야 한다구……! 」
그 때 카오리 선생님은 절체절명이었던 몸으로 우리들에게 「살으렴」이라고 말하셨다. 분명 시호 씨에게도 살아 주었으면 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이렇게 고등학교에 편입하는 걸 정한 게 아닐까.
「노노하라 씨……」
「그치만 말야……, 그런 일이 일어난 후면 나 혼자서는 너무 무겁다구……. 지금도 불안해……. 그러니까, 의지하고 싶고, 의지해줬으면 해」
나는 도망치고 싶지 않아. 나에게 일어난 현실을 인정하고 긍정해 받아들여서 그 이상으로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함께 살아가자, 사람은 혼자선 살아갈 수 없으니까」
눈동자에서 눈물이 넘쳐 흘렀다. 헤매는 것도 미친 것도 아닌 진심인 따스함이 보였다.
「키타자와 씨는 취미 같은 거 있어?」
「취미……일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요리는 자주 합니다. 혼자 살고 있으니까요」
「와, 요리! 나 키타자와 씨의 요리 먹어보고 싶어!」
「그렇다면 이번 모임에서 뭔가 만들까요. 제 요리로 괜찮으시다면」
그 후로 며칠이 지나 감동의 재회도 있었던 나를 제쳐 두고 시호 씨는 완전히 반 화제의 중심이 되었다. 표정도 말도 딱딱한 것은 변함없지만 그것도 시호 씨답다.
지금은 다음주에 예정해 두었던 어서와&환영 파티와 지금부터 반복될 우리들의 일상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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