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그러진 정의

2020. 2. 25. 18:45글/밀리

* azarea
* 歪んだ正義


사요코가 자신의 정의를 위해 데스트루도(刀)를 쥐었다면, 이라는 아이돌 히어로즈의 if입니다.


 

 정의의 아군.

 누구나가 동경하는 존재. 정의를 위해 싸우고, 정의를 위해 상처 입는다. 그리고 사람들은 동경하면서도, 지켜지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행동한다. 그들에게 있어서 정의의 아군은 인간이 아니다. 정의의 아군이라는 인간을 초월한 무언가. 사람들이 볼 때는 그럴 지도 몰라.

 그렇지만, 당사자인 정의의 아군 본인은?

 그 정의의 아군을 한명의 인간으로서 본다면, 정말로 그저 어디에나 있는 인간이다. 세게 때리면 아프고, 상처를 입고, 질병에 걸리기도 하고, 고민 또한 있다. 그저 사람을 지키는 힘과 용기가 있다. 그저 그것뿐이다. 그런데, 그것뿐인데, 사람들은 사명을 다하지 못한 정의의 아군에게는 돌을 던진다.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지금까지 계속해서 지켜줬는데. 상처 입으면서 싸워도 보수는 무엇 하나 없다. 그런 가운데에도 싸워 왔는데.

 그런 이상한 세계라면, 부숴버리면 돼. 나는 그것을 위한 힘을 손에 넣었다. 정의의 아군에게 있어 세계를 지키는 것이 정의라면, 나는 정의의 아군을 위해 세계를 파괴하는 것이 정의다. 그러니까 나는 힘을 휘두른다. 지키고 싶다고 생각한 정의의 아군이 상대여도 상관없어, 그럴게 정의의 아군을 지키기 위해서니까.

 그런데 어째서 그런 얼굴을 하는 거야. 나는 너를 위해 싸우고 있는데. 어째서 싸우는 것을 그만둬 주지 않는 거야, 어째서 또 사람들을 위해 싸우고 있는 거야. 어째서.

나는 사요코도 지키고 싶어! 그러니까!

 모르겠어. 나를 지켜? 무엇으로부터? 나는 나에게 떨어지는 불똥을 털어버릴 만한 힘을 손에 넣었어. 그러니까 지킬 필요 따윈 없어. 내가 지킬 차례야.

그 힘은 사요코를 부숴버릴 거야! 그러니까 나는 사요코를 위해, 사요코를 구하기 위해 싸워!

 이 힘이 나를 부숴. 그래, 그럴지도 몰라. 그렇지만 그것의 어디가 나쁜 거야. 이 불합리한 세계를 전부 부숴버리고, 사람들중에서 마지막으로 남을 한명인 내가 부서져버리면, 나는 내 정의를 관철하겠지.

어째서 사요코는 그렇게까지 생각하는 거야…… 나는 친구를 잃고 싶지 않아!

 나도 그래. 친구를 잃고 싶진 않아. 그러니까 이렇게 힘을 원했어. 라고 말하는데, 어째서 너는 그런 슬픈 얼굴을 하고 있는 거야?

사요코는 내 소중한, 소중한 친구인데!

 알고 있어. 나에게 있어 너도 그래. 네가 너의 정의를 관철하듯이, 나는 나의 정의를 관철할 수밖에 없어. 전쟁이란 건 정의와 정의의 싸움, 그리고 정의의 모든 것이 언제나 올바르지 않아.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나는 사요코를!

 이젠 늦었어. 모든 것이.

나를 죽여서 모두를 지킬 것인지, 나를 지켜서 모두를 죽일 것인지. 둘 중 하나 밖에 없어

 어중간한 건 허락 할 수 없어. 허락 못해.

사요코……!

 그래. 주먹을 쥐어. 내가 악으로서 너에게 죽는다면, 그래도 상관없어. 그것이 너의 대답이라면 난 받아들일게. 너는 어디든지 갈 수 있는 정의의 아군이니까.

우리들은 서로를 이해 할 수 없어. 나도, 너도, 양보할 수 없는 것이 있으니까

 검을 휘두른다. 나에게 힘을 준 이 검은, 나를 먹어 치우려 하고 있다. 나 따윈 마음대로 해도 돼. 그렇지만 그건 내 역할이 끝났을 때다. 좀 더 힘을. 나는 내 정의를 이룰 것이다.

 서로 거리를 두고, 세계는 정적에 휩싸였다. 그러나 그 정적은 한순간. 공기를 찢는 소리에 부서졌다. 꽤 두었던 서로의 거리는 좁혀진다. 주먹으로는 조금 먼 거리, 그러나 검으로 치면 닿는다. 상단에서 검을 내리치지만, 종이 한 장 차이로 피한다. 그렇다면 검을 휘두르기 전에 거리를 좁힌다. 주먹으로는 딱 좋은 거리지만, 검으로선 좀 가깝다.

키네틱 펀치!

 피하지도 않는다. 검으로 받지도 않는다. 지키지도 않는다. 단지 그 몸으로, 그 주먹을 받는다. 그것에 놀란 듯한 표정을 짓지만, 그 순간이야말로 빈틈이다.

베어 흐트러져 미치광이처럼 춤춰라!

「……!

 지근거리 난도. 모든 것을 피할 수 있다, 라고 할 수 없지만. 그러나 지금이 호기로서 공격을 계속 한다.

 손 한 개, 발 한 개 정도는 상관없겠지. 그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너는 그만두지 않을 테니까. 나쁘다곤 생각하지만 참아줬으면 한다. 그것이 싫다면, 포기해줬으면 한다.

나는 포기하지 않아! 모두도, 사요코도!

 오른손으로부터 빛나는 검이 나타난다.

 모든 것을 구하는 빛. 그 빛으로 몇 번이든 세계를 구해왔다.

나도, 포기하지 않아

 검이 붉게 빛난다. 모든 것을 파괴하는 빛. 그 빛은 목숨을 먹는 것 밖에 할 수 없다. 마지막에는 자신조차 먹어 치우는  빛.

 서로가 알고 있다. 이 대로 계속해도 소모전일 뿐이 란 것을. 그렇다면 혼신의 일격으로 끝낸다.

키네틱 파워, 해방

내 목숨을 줄게. 좀 더, 힘을

 ()을 겨눈다. ()을 겨눈다.

 움직인 것은, 동시였다.

키네틱 슬래쉬!

피투성이가 되어 부서져 헛되이 돌아가라!

 빛의 검()과 피의 검()이 부딪혀, 그 충격으로 세계에서 소리가 사라진다.

 소리가 사라진 세계에서, 싸움이 결착되었다.

 빛의 검이, 피의 검을 부러뜨렸다.

 뒤늦게, 세계에 소리가 돌아온다. 탁 하며 한없이 부러지는 칼의 소리가.

「……져버렸네

 내 의식은, 거기서 끊겼다.

 눈을 떴을 때, 그곳엔 유리코의 얼굴이 있었다.

, 다행이다……」

 마음속으로 안심한 듯한 얼굴이다. 내가 살아있어서 안심했다, 그렇게 말하는 듯한.

「……

 말을 하다가 멈췄다.

사요코가 나에 대해 진심으로 생각해준 것은 기뻐

 주변을 본다. 온갖 곳에는 전투의 흔적. 빌딩은 붕괴하고, 도로는 뜯겨 일어나 크레이터가 되어 있다.

그래도, 역시 나는 나니까

 그 얼굴은, 언제나 내가 봤던 순수하고 상냥하며 조금은 유유부단해 꿈꾸는 듯한 유리코의 얼굴이 아니었다. 훌륭한, 정의의 아군의 얼굴이다.

그런가. 유리코랑은 멀어져버렸네

 조금 쓸쓸하게 웃는 나에게, 유리코는 진지한 얼굴로 나를 보았다.

있지, 사요코. 나에 대해 진심으로 생각해 준다면, 나와 함께 싸워줬으면 해

「……무리야. , 세계를 멸망시키려고 했던 악당이니까

그건 내가 멈췄어. 그러니까 아니야

그렇지만, 검도 이젠

사요코가 가지고 있는 힘은 그것 뿐만이 아니야

 유리코는 내 가슴에 손을 얹는다.

강한 마음, 그게 사요코의 제일 큰 힘이야

 아아, 그렇구나. 역시 유리코는 어디에 가도 정의의 아군이구나. 네가 내뿜는 빛은, 나라는 어둠을 비춰. 그림자조차 날려버릴 정도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뭐든지 할 수 있어. 나는 사요코를 믿으니까

 뻗은 손을 잡는다. 일어서서 하늘을 바라본다.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

우리들은, 우리들의 정의를 관철할 뿐

 유리코의 정의는 세계를, 모두를 지키는 것.

돌아가자! 모두에게 사요코에 대해 소개해야지!

 내 정의는 유리코를, 유리코가 지키고 싶어 하는 모든 것을 지키는 것.

 우리들은 우리들의 정의를 관철할 뿐.

 

 

 


 

*  <관철(徹) : 어려움을 뚫고 나아가 목적을 기어이 이루다> 로 번역.

 <관철(徹) : 사물을 속속들이 꿰뚫어 보다> 가 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