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4. 6. 22:02ㆍ글/밀리
『언제나 운전해주니까 가끔은 느긋이 있어줬으면 해서 면허 따고 싶은』 리오 VS 『옆에서 즐겁게 이야기해주는 그녀가 좋고, 지쳐서 잠든 옆얼굴에 행복을 느끼며 힐링되는 게 좋으니까 절대로 면허 따게 하고 싶지 않은』 카오리 씨 ……승부!
……뭐, 지겠지만요. 저쪽이.
「있지, 나도 면허 딸까 생각 중인데」
「어……?」
레슨 끝나고 밤의 선술집에서 나는 진작부터 생각하고 있었던 것을 그녀에게 말한다.
드라이브가 취미인 그녀에게 언제나 조수석에 앉아서 즐거워했던 나지만, 그녀에게만 강요한 것 같기에 가끔은 느긋이 휴식을 취했으면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후후, 운전도 교대로 바꿀 수 있으면 마음 편히 할 수 있고…… 좋은 아이디어네!)
이거라면 그녀도 기뻐하겠지. 들뜬 마음에 볼이 누그러진다.
그렇게 말하고 들고 있던 유리컵을 두고 옆에 앉아있는 그녀를 향해 바라보았다──
「싫어」
「……어?」
「……싫어」
머릿속은 질문이 날아다니고 나는 어리둥절해 한다.
미소 짓고 있을 거라 생각했던 그녀의 표정은 정반대로.
눈살은 찌푸리고, 눈동자는 애절하게 흔들리며, 입은 입술을 다물고 고개를 숙인다.
금방 울 것 같은 그 곤란한 듯이 슬퍼 보이는 그녀의 표정에, 어디에 그녀가 슬퍼할 요소가 있었는지 나는 당황했다.
「왜 싫은 거야? 혹시 다른 사람이 운전하는 차에는 못타는 타입?」
「아니야」
「그럼, 내 운전으론 무서워서 못 타겠다거나?」
「아니야」
「……그럼, 왜?」
「……」
모든 것에 대해 부정하고서 그녀는 다시 곤란한 얼굴로 입을 다문다.
결국에는 입을 다물고 말아, 결정적인 답을 듣지 못한 채 나는 불명확한 생각을 품으면서 초조함이 더해져간다.
「……있지」
몇 십초 간의 침묵이 계속되다 겨우 그녀의 입이 벌어졌다.
하지만 울먹이는 눈동자가 한번 나를 보고서는 시선을 피해 말을 흐리고 고개를 숙인다.
아무래도 꽤 좋지 않은 이야기로 말하기 힘든 것 같다.
그렇지만 말하지 않으면 나도 납득할 수가 없다. 깊은 한숨을 내쉬고 얼굴을 가까이 다가갔다.
「말해봐」
「……그럼」
3초 정도 간격을 두고선 각오한 듯이 그녀가 입을 열었다.
「리오쨩의 이야기를 듣는 게 좋아」
「하?」
「물론 제대로 안전운전으로 앞을 보고 있다고? ……그 때 이야기를 하면서 점점 변해가는 표정이 귀여워서. 운전하고 있으면 리오쨩이니까 아마 익숙해져도, 신경을 많이 써서 날 절대로 다치게 하지 않는 것만 생각해 그 이야기조차도 안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그렇게 말한 그녀는 아까처럼 눈살을 찌푸리며 애타게 눈동자를 흔든다.
(뭐, 확실히 그럴 거 같네……)
나도 옆에 앉아 운전하고 있을 때의 그녀가 안전을 과신해 가벼운 생각으로 운전하고 있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렇지만 나도 상상을 해보니, 그녀가 말한 대로 집중해서 이야기도 소흘히 하고 앞을 계속해서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또 한 가지 있어…… 가끔마다 옆에서 잠든 모습이 귀여워서 빨간 신호가 되면 그 자는 얼굴을 바라보거나 손을 쥐거나 해서, 행복을 느끼기도 해. 그리고 있지? 그, 키스든가 해서──」
「자자자, 잠깐!?」
슬픈 표정에서 완전히 바뀌어, 이번에는 사랑스러우며 기쁜 듯이 미소 짓는 그녀.
설마 그런 일을 하고 있었는지 생각도 못했던 나는 수치심이 펑펑 솟아나, 하려는 말을 막으려고 그녀의 입가에 손을 갖다 댔다.
어째서 그런 부끄러운 것을 폭로 할 수 있는 건가. 언제나와 같이 금방 수줍어해버리는 근는 어디에 간 건가.
입을 막고 있는 손을 그대로 몇 번이나 눈꺼풀을 뜨고 닫는 그녀에게 다가간다.
「히호향?」
「아니아니아니, 그렇게 신기한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지 말아줘? 카오리쨩 지금 무슨 말을 한 건지 알고 있어?」
「아……」
나를 설득하기 위해 이야기에 몰두해서 눈치 채지 못한 건가, 지적한 순간 순식간에 그녀의 얼굴이 붉어져 간다.
눈치 채줘서 다행이다 라고, 나는 쓴웃음을 띄우며 한숨을 내쉬었다.
「……어, 어쨌든! 미안하지만 이건 나한테 있어서 즐거움이야! ……그러니까 그만두자?」
「으엑!?」
자포자기가 되어버린 그녀의 얼굴이 기세 있게 다가왔다.
나는 놀라 조금 몸을 젖혔고, 그 울먹이는 눈동자로 간원하는 그녀의 눈동자를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고 시선을 돌린다.
「리오, 쨩……」
「잠깐 기다려, 취했지…… 너」
지금 생각하니 그녀 주위에는 빈 병들이 드물 정도로 많았다. 눈치 채기 전에 과음한 것처럼.
그녀의 가끔마다 발동해버리는 술버릇에 걸려버렸다고, 한숨과 함께 가벼운 쓴웃음이 흘러나왔다.
「……저기, 부탁이야…… 면허는 따지 말자?」
「아니, 그래도……」
「으으ー……」
「……알겠다고, 정말……」
「에헤헤, 해냈다……」
그녀에 팔에 안겨져 어리광부리는 듯이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해버리면, 순식간에 꺾어져버리는 나.
대조적으로 그녀는 내 말을 들은 순간, 얼굴에 웃음을 띄우며 행복한 듯이 미소를 짓는다
(정말, 면허 따는 건 먼 훗날이 될 것 같네……)
언제가 되면 그녀가 기쁘게 내 옆에 앉아 줄까.
자신이 바라는 흔쾌한 대답을 듣고 기뻐 팔에 안겨 다가오는 그녀를 곁눈질로 보며, 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고 주변에 있던 소주가 들어있는 컵을 한 입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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